자유게시판
최근에 미국정부가 한국에 전투기 기술 이전에 관련하여 난색을 표했다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그 기사를 읽고 나니 제가 2003년 8월부터 2년 가까이 경기도 파주의 광탄에 위치한 주한미군 캠프, 스탠톤에서 일하며 경험한 일화가 생각나더군요.
제가 맡았던 일은 정문게이트 출입시 외부인들에 대한 보안업무와 캠프를 둘러싼 초소들에서의 경계근무였습니다. 하루는 헬기장이 있는 로우어게이트(아랫쪽에 있는 넓은 비행장시설이 있는곳의 출입문) 아래쪽의 20여m 높이의 초소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었습니다. 그 캠프는 '카이오와'라는 미군정찰기를 운용하는 부대였습니다. 오후 6시가 되어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지요.
아래를 내려다보니 미군 사병들이 헬기들에 대해 간단한 정비를 하고 있더군요. 그러다 일을 마첬는지 백인미군이 초소 앞 20m 거리에 있는 가로세로가 각각 2m 가 채 안되는 길이의 철조망으로 만들어진 정방형의 우리에 다가가더군요. 마치 보신탕집하는 아저씨들이 개를 가둘때 쓰는 우리처럼 생긴 것이었습니다. 그 안에 그보다 좀 작은 금속 상자가 들어 있었지요. 철조망에 달린 작은 금고 자물쇠처럼 생긴 것을 열쇠로 열더니 다시 금속상자의 시건장치를 풀고는 그안에 정비교본을 넣어두고 시건장치를 하고 다시 철제 우리의 자물쇠를 잠궈두고 자신의 숙소로 돌아가더군요.
'중학교 교과서 만한 크기의 누런 정비매뉴얼이 대체 뭐길래 저렇게 철저하게 보관하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당시 1년 8개월가량 그곳에서 일하는 동안 저는 카투사들이 헬기장에서 정비병으로 일하는 모습을 한번도 본적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한국계 미군사병도 정비쪽에서 일하는 모습을 못봤습니다. 죄다 행정업무를 했지요. 그러다 문득 96년에 가평에서 군생활하던 시절이 떠오르더군요.
당시 제가 있던 부대는 정기적으로 5분대기조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그 중 한가지 임무가 전시에 청평댐을 적의 폭파 위협으로부터 지키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같은 중대의 원사로 계시면서 전역을 3개월 앞둔 분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청평댐은 1940년대초 일본강점기에 일본 군부가 병참기지화 전략의 일환으로 급격하게 증가하는 전기 수요를 맞추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합니다. 4,5년에 한번씩 모터에 보링작업을 해줘야만 수력발전기로 쓸 수 있는데 구식 기계임에도 불구하고 보링작업은 일본의 기술자를 불러와서 고친다고 합니다. 한국인들을 고용해서 손을 봤었는데 죄다 기계는 빠가가 나고 기능을 못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울며겨자먹기로 일본인 기술자 십여명을 불러온다고 합니다. 한번 오면 이주일씩 머물면서 호텔 잡아주고 식비에다 아가씨 붙여주고 이주일간 때빼고 광내며 황제?!의 생활을 하다 간다고 해요. 한번 기계 내부로 내려가면 위에서 못 들어오게 출입문을 걸어 잠그고 그안에서 작업을 다 마친후에 1인당 엄청난 액수의 보수를 받고는 다시 돌아간다고 합니다. 한국의 기술자들은 언감생심, 한번 어깨너머로 보고 배울 기회마저 차단되는거죠.
제가 일하는 자동차 부품회사만 봐도 고급차에 들어가는 금속이나 나무 질감을 내는 내부 인테리어용 필름을 사출하기 위한 금형을 외주제작하는데요. 한번에 모양이 안나와서 여러번 손보다가 금형이 짜부가 나 못쓰게 되지요. 사출용 필름도 열성형에 못견뎌 금새 누그러집니다. 이쪽계통으로 기술자가 귀하거든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은 얼어죽을, 개나 줘버린지 오래입니다. 결국 사출용 필름은 독일의 쿠르츠나 일본의 니샤에서 수입해 쓰고 금형도 몇몇 외주업체가 독식하는 현실지요.
이게 기술강국이라는 한국의 실상입니다. 미국이나 일본이나 기술 유출에는 이렇듯 철저하지요. 기본적인게 약간 응용된 수준에 불과해서 막상 알게 되면 아무것도 아닌데 모르면 사람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인거죠. 그래서 미국정부가 록히트마틴과 협상해서 기술이전에 대해 한국정부에 No! 라는 대답을 했다는 기사에 고개가 끄덕여지더군요. 앞으로도 저 결정이 바뀔 가능성은 만만의 콩떡이요 어림 반푼어치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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