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1일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개막한 '호찌민·경주 세계문화엑스포'에 보낸 영상 축전에서 "안남국(베트남)의 왕자 리롱떵(李龍祥)은 고려에 귀화해 화산(花山) 이씨의 시조가 됐다"고 했다. 리롱떵은 베트남 중세 리왕조(李王朝·1009~ 1225)의 왕자다. 나라가 망하자 가까스로 탈출해 1226년 옛 황해도 옹진군에 상륙했다고 한다. '보트 피플'로 도착했지만, 도적 퇴치 등에 공을 세워 고려 고종이 '화산군(花山君)'으로 봉했다. 1127년 리왕조의 리즈엉꼰(李陽?) 왕자가 송나라를 거쳐 고려로 이주해 정선(旌善) 이씨의 시조가 됐다는 기록도 있다.
▶한국과 베트남은 공통점이 적지 않다. 같은 한자·유교 문화권에다 젓가락도 쓴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침략에 꿋꿋이 맞서 역사와 문화를 보존했다. 중동 사막이건 시베리아 눈밭이건 가리지 않고 일할 수 있는 민족은 한국과 베트남 사람뿐이라는 말도 있다.
▶그제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다문화 인구 동태 통계'에서 지난해 베트남 신부와 한국 신랑의 결혼이 6054건으로 중국 신부(5838건)를 제치고 처음으로 1위가 됐다. 다문화 혼인 건수가 2010년 이후 해마다 감소하는 상황에서 한국·베트남 결혼은 2014년 이후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2013년 쯔엉 떤 상 베트남 주석은 한국-베트남 관계를 '사돈의 나라'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2000년대 초 우리 농촌에선 '베트남 신부와 결혼하세요'라는 현수막이 흔히 눈에 띄었다. 한국인 남편의 학대나 시댁과의 갈등 등으로 고통 겪는 결혼 이주 여성들의 스토리가 큰 뉴스로 다뤄지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우리나라 신생아 100명 중 5명이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났다. 첫 통계 집계가 이뤄진 2008년 1만3443명이던 다문화 출생자는 지난해 1만9431명으로 45%쯤 늘었다. 각종 차별과 주변의 몰이해 때문에 학업을 중도 이탈하는 다문화 자녀가 증가하는 것은 문제다. 2013~ 2015년 학교를 그만둔 다문화 자녀 1960명 중 706명(36%)이 '부적응'을 이유로 꼽았다.
▶한·베트남 부부 2세를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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