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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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야. 섬뢰는 이동 속도 상승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천뢰는 범위가 훨씬 광범위해. 사용하는 즉시 네 신체 반응은 물론이고, 모든 기술의 위력을 극한까지 높일 수 있지."
"대충 감이 잡히네요. 한마디로 버프 효과 같은 거로 생각... 참, 천뢰는 지옥 삼천단이랑 연계 기술로 써야 한다고 하셨었잖아요."
오늘도 한창 이야기 중인 둘 주위에 쇼핑백만 살짝 내려놓은 백혜주는, 멀찍이 물러나 두 남정네를 지켜봤다.
먹는 것만 구경하고 돌아갈 생각이었다.
"지옥 삼천단은 한 번 압축한 기운을 한 점으로 다시 응축해 일거에 터뜨리는, 파괴력만을 극대화한 기술이고. 네 말대로 천뢰 자체는 버프라 생각해도 무방해."
"아하."
"이걸 전수하기 전에 꼭 약속받아야할 게 있어. 천뢰는 섬뢰에 착안해 내가 직접 고안한 기술이라, 만들 때 안전성을 고려하지 않았거든."
검정 설지후가 말을 이었다.
"기운을 일천 개의 흐름으로 나눴다가, 번개로 속성을 변환하는 과정에서 압축해 신체를 강제로 격발시키는 거라서. 선을 넘는 즉시 몸이 터져 죽어. 참고로 난 천뢰를 중급까지만 익혔지. 더 올릴 수 있었는데, 아예 쳐다도 안 봤어."
"일천 개나... 확실히 부담이 장난아니겠는데요."
"장난 아닌 정도가 아니야. 천뢰는 사실상 목숨을 대가로 바쳐 사용하는 결전 오의 기술이라 봐야 할 정도라고. 거기다 넌 뇌정까지 품고 있으니 더 위험하지. 딱 중급까지만이야. 그 이상으로 할 수 있을 것 같아도, 그냥 하지 마."
"네."
"좋아. 그럼 과정 설명을 시작...."
잠깐 말을 멈춘 검정 설지후는 눈을 돌렸다.
덩그러니 놓여 있는 쇼핑백을 발견하더니 검지로 가리켰다.
"하기 전에, 저것부터 해치워 버리는 게 어때?"
"어? 또 오셨네요. 그런데 왜...."
"돌아가거나 숨어 있거나 하겠지. 하여간 우렁각시가 따로 없어."
잠시 후, 둘은 언제나처럼 모여 앉아 도시락통을 열었다.
시금치를 오물오물 씹는 두 남자를 구경하는 백혜주의 눈동자가 살짝 풀리며 콧잔등이 발개졌다.
검정 설지후가 불만을 터뜨리기 전까지는.
"아이 씨. 반찬이 뭐 이래? 왜 다 풀빛 향연이야?"
까망이가 밥이 마음에 안 든다고 투정을 부렸다.
백혜주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왜요? 맛만 있는데요. 제 입맛에 딱 맞아요."
하양이는 불평불만 없이 냠냠 잘만 먹는 거 같은데.
"아니. 맛없다는 게 아니라. 맨날 풀쪼가리만 주잖아. 해도 해도 너무한거 아니야?"
"그래도 다채롭잖아요. 시금치 참기름 간도 맞고, 부침개도 바삭바삭하니 얼마나 맛있어요."
"고기 좀 먹고 싶다고. 고기. 야, 다음에 오면 네가 말 좀 해주면 안 돼?"
"어떻게 그래요. 이렇게 손수 만드셔서 꼬박꼬박 가져다주시는 것만으로도 미안해 죽겠는데요."
"해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뭘. 그리고 우리가 뭐 토끼냐? 풀만 뜯게."
백혜주가 움찔거렸다.
눈이 가늘어지더니 투덜투덜하는 까망이를 노려봤다.
이쪽을 힐끔거리는 게 들으라고 말하는 게 분명하다.
하양이는 참 착하고 순한데, 까망이는 저럴 때 보면 참 얄밉다.
"어이! 집사! 듣고 있냐? 듣고 있으면 다음에는 닭튀김을 가져와라! 닭튀김을 가져오지 않는다면 우리는 식사를 거부하겠다!"
까망이가 공개적으로 반항을 했다.
헛기침한 토끼 집사는 조용히 몸을 돌렸다.
콧방귀는 뀌었지만, 어쩌겠는가.
저리 원하는데 해줘야지.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이 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예쁜 여자와 한 시간을 있으면 1분처럼 느껴지고, 뜨거운 난로 위에서는 1분이 한 시간보다 길 것,'
그 말대로 예전에는 1초가 1분처럼 느껴질 정도로 고통스러웠다면, 요즘에는 상황이 반대됐다.
눈 뜨면 아침이고 피곤해 지쳐 잠들 때면 새벽녘이었다.
워낙 하루하루를 충실히 보내다 보니 시간 개념도 희미해졌다.
"조금만 잘게요. 너무 힘들어서. 조금만...."
"몇 시간 자려고?"
"네 시간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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